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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을 살펴보면 MES와 ERP라는 이름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MES는 생산 현장을 관리하고, ERP는 회사 전체의 업무를 관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설명을 듣다 보면 의문이 생깁니다.
“생산 현장의 데이터는 MES에서 관리하면 될 텐데, 왜 ERP에도 보내야 할까?”
이 관계를 이해하려면 생산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 다른 부서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빵을 만드는 작은 공장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MES는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우리말로 ‘생산 실행 시스템’입니다.

생산 현장에서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작업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재료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정상 제품과 불량품이 얼마나 나왔는지 등을 관리합니다.

 

빵 공장이라면 MES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쌓일 수 있습니다.
  • 어떤 종류의 빵을 만들고 있는지
  • 어느 작업자가 어떤 설비에서 작업하는지
  • 밀가루를 얼마나 투입했는지
  • 반죽·발효·굽기·포장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 완성된 빵과 불량품이 각각 몇 개인지
  • 작업에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이 정보는 작업자가 입력하거나, 바코드를 읽거나, 연결된 설비에서 전달받는 방식으로 수집할 수 있습니다.
MES는 이런 데이터를 표나 그래프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역할이 조회에만 머무르지는 않습니다. 작업자에게 생산 지시를 전달하고, 정해진 공정에 따라 작업하도록 돕고, 어떤 재료로 어떤 제품을 만들었는지 기록하는 역할도 합니다.
생산 현장에서 계획을 실제 작업으로 실행하고, 그 결과를 남기는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ERP는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우리말로 ‘전사적 자원 관리’입니다.

이름은 조금 어렵지만, 회사가 운영되는 데 필요한 주문·구매·재고·생산계획·판매·회계 등의 업무를 연결해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같은 빵 공장에서 ERP는 다음과 같은 정보를 다룹니다.
  • 고객이 어떤 빵을 몇 개 주문했는지
  • 언제까지 납품해야 하는지
  • 창고에 밀가루가 얼마나 있는지
  • 부족한 재료를 어느 업체에서 구매할지
  • 재료를 얼마에 구매했는지
  • 제품을 만드는 데 얼마가 들었는지
  • 고객에게 얼마를 청구하고, 거래처에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
ERP에도 생산계획과 생산실적 관리 기능이 있을 수 있습니다. MES와 ERP는 기능이 완전히 나뉘어 있다기보다, 생산 현장의 실행을 자세히 관리하는 쪽과 회사 전체 업무를 연결하는 쪽에 각각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이제 고객이 빵 100개를 주문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해를 위해 기존 완제품 재고는 없고, 다른 주문이나 재고 이동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영업 담당자는 ERP에 주문을 등록합니다.
 
“A고객에게 금요일 오전까지 빵 100개를 납품해야 합니다.”
 
생산계획 담당자는 주문을 확인하고, 빵 100개를 만들기 위한 생산오더를 등록합니다. 생산오더는 쉽게 말해 ‘이번에 무엇을 얼마나 만들지 정한 작업 건’입니다.
ERP에 등록된 기준상 빵 100개를 만드는 데 밀가루 10kg이 필요하고, 현재 창고에는 밀가루가 30kg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계획입니다. 아직 빵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이 계획을 현장에 전달하기 위해 ERP에서 MES로 정보를 보냅니다.
 
 
ERP에서 MES로 보내는 정보생산 현장에서 필요한 이유
생산오더 번호 이번 작업이 어떤 생산 건인지 구분하기 위해
제품과 생산 수량 어떤 빵을 몇 개 만들어야 하는지 알기 위해
완료 목표일 언제까지 작업을 끝내야 하는지 알기 위해
필요한 재료와 기준 수량 어떤 재료를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공정 순서와 적용 기준 어떤 순서와 기준으로 작업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필요한 재료와 수량을 정리한 정보를 제조업에서는 BOM, 즉 자재명세서라고 부릅니다. 빵 공장에서는 재료 목록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반죽·발효·굽기·포장처럼 작업 순서를 정리한 것은 공정 정보입니다.

 

이렇게 연결하면 현장 담당자가 주문 내용을 다시 옮겨 적거나, 어떤 기준으로 생산해야 하는지 매번 따로 확인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 ERP–MES 연동에서도 생산오더와 관련 품목·BOM·공정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ERP에서 MES로 정보를 내려주는 이유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생산을 현장에서 같은 기준으로 실행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계획대로만 생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빵 100개를 만드는 동안 재료 손실이 생겨 밀가루를 11kg 사용했습니다. 완성된 빵 중 5개는 타서 폐기했고, 검사까지 통과한 정상 제품은 95개였습니다.
MES에는 실제 결과가 기록됩니다.
생산오더: 빵 100개 생산 건
밀가루 실제 사용량: 11kg
정상 제품: 95개
폐기한 불량품: 5개
실제 작업시간: 5시간
생산 담당자에게는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그런데 이 결과는 생산 부서 밖에서도 필요합니다.
 
 

영업 담당자에게는 납품 수량이 달라지는 정보입니다.

고객은 100개를 주문했지만, 납품할 수 있는 빵은 95개뿐입니다.
ERP가 정상 제품의 생산·입고 결과를 받으면 주문 수량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영업 담당자는 부족한 5개를 언제 추가로 받을 수 있는지 생산 부서와 확인하고, 필요하면 고객과 납품 일정을 조정합니다.
MES의 ‘정상 제품 95개’라는 데이터가 ERP에서는 ‘고객 주문을 채우려면 5개가 부족하다’는 정보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물론 생산 수량만으로 바로 출하를 확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정한 검사·입고·출하 승인 조건을 충족해야 납품 가능한 재고로 취급합니다.
 
 

구매 담당자에게는 재료를 얼마나 더 사야 하는지 판단하는 정보입니다.

처음 밀가루 재고는 30kg이었고, 실제로 11kg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입출고가 없다면 남은 양은 19kg입니다.
ERP에 실제 사용량이 반영되지 않고 계획한 10kg만 차감됐다면, 장부에는 20kg이 남아 있다고 표시될 수 있습니다.
다음 생산에 밀가루 20kg이 필요하다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장부상으로는 충분하지만, 실제로는 1kg이 부족합니다.
MES에서 실제 사용량을 전달받으면 ERP는 남은 재고와 앞으로 필요한 재료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구매 담당자는 추가 입고 예정까지 확인한 뒤 부족분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원가 담당자에게는 생산에 얼마가 들었는지 계산하는 정보입니다.

설명을 위해 밀가루의 평가단가가 1kg당 3,000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계획한 사용량은 10kg이므로 예상 밀가루 비용은 30,000원입니다. 실제로는 11kg을 사용했으므로 밀가루 비용은 33,000원입니다.
여기서 MES가 알려주는 것은 ‘실제로 사용한 밀가루 11kg’입니다. ERP에는 재료의 단가와 비용 계산 기준이 있습니다.
두 정보를 연결해야 이번 생산에 들어간 재료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작업시간도 회사의 원가 계산 기준과 결합해 가공비 계산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밀가루 비용만으로 빵의 전체 원가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재료비, 인건비, 제조경비 등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표준원가를 사용하는 회사라면 계획한 비용과 실제 투입의 차이를 분석하는 데 생산실적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생산계획 담당자에게는 다음 작업을 조정하는 정보입니다.

정상 제품이 95개라면 주문을 채우기 위한 추가 생산이 필요합니다. 작업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다면 뒤에 예정된 다른 제품의 생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ERP에서 주문·재고·생산실적을 함께 보면, 어떤 제품을 얼마나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세부 일정 조정은 회사에 따라 ERP, MES 또는 별도의 생산계획 시스템이 담당합니다.
 
 

물류 담당자에게는 어떤 제품을 언제 출하 준비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정보입니다. 

빵 100개를 만들기로 했더라도 실제로 검사와 포장까지 완료된 제품이 95개라면, 물류 담당자는 그 수량을 기준으로 출하를 준비해야 합니다. MES의 생산·검사·포장 결과를 ERP의 고객 주문 및 납품 일정과 연결하면, 어느 고객에게 보낼 제품인지, 출하 가능한 수량은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5개의 추가 생산 일정과 영업 부서가 확정한 납품 방침에 따라 창고 작업과 차량 배차 일정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연구·제품개발 담당자에게는 새로 만든 제품이 실제 공장에서도 잘 만들어지는지 확인하는 정보입니다.

새 레시피로 빵을 개발했는데, 소량 시험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공장에서 100개를 만들자 밀가루를 예상보다 많이 사용하고 불량품도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담당자는 MES에 기록된 레시피 버전, 재료 사용량, 작업시간, 불량 내역을 기존 제품의 결과와 비교합니다. 이를 통해 레시피나 생산 조건을 추가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ERP의 재료 단가와 원가 정보를 연결하면, 품질뿐 아니라 실제로 생산하고 판매할 때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도 함께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재무·회계 담당자에게는 회사에 남아 있는 재고의 가치를 계산하는 정보입니다.


밀가루 30kg 중 11kg을 사용했다면 원재료는 19kg이 남습니다. 정상적으로 생산한 빵 95개가 입고됐고 아직 출하되지 않았다면, 그 빵은 완제품 재고로 남아 있습니다. 재무·회계 담당자는 MES에서 전달된 자재 소모량과 생산실적을 ERP의 단가 및 재고 평가 기준과 연결해, 남은 원재료와 완제품의 금액을 계산합니다. 월말에 아직 생산 중인 제품이 있다면 투입된 재료와 작업 내역을 바탕으로 재공품의 금액도 산정합니다. 현장에서 기록한 생산 데이터가 회사의 재고자산과 결산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른 부서도 MES에 들어가서 보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MES 화면을 조회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데이터를 보는 것과 업무에 반영하는 것은 다릅니다.

구매 담당자가 MES에서 밀가루 11kg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해도, ERP의 재고장부가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영업 담당자가 정상 제품 95개를 확인해도, ERP의 출하 업무에서 그 수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입고 실적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연동이 없다면 누군가가 생산실적을 엑셀로 전달하거나, ERP에 다시 입력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늦게 반영되면 현장과 회사 장부가 서로 다른 수량을 보게 됩니다.
ERP와 MES를 연결하는 목적에는 이러한 재입력을 줄이고, 관련 부서가 일치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일하도록 만드는 것도 포함됩니다.
전체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객이 빵 100개 주문
        ↓
ERP에서 주문 확인·생산계획 수립
        ↓
MES로 생산오더·재료·공정 정보 전달
        ↓
현장에서 생산하고 MES에 실제 결과 기록
        ↓
ERP로 생산량·재료 사용량·작업 상태 전달
        ↓
재고·구매·납품·원가·다음 생산계획에 반영

 

그렇다고 MES의 모든 데이터를 ERP에 복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오븐 온도를 초 단위로 측정한 기록은 품질 원인을 분석하는 데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 상세 기록은 MES나 별도 설비 데이터 저장시스템에 보관하고, ERP에는 업무에 필요한 ‘정상 제품 수량’, ‘검사 보류 상태’, ‘불량 수량’ 등을 전달하도록 구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 회사가 반드시 MES와 ERP를 별도 제품으로 도입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ERP 안의 생산 실행 기능으로 충분한 회사도 있고, 현장 요구가 복잡해서 전문 MES를 함께 사용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두 시스템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는 같은 생산오더 번호·품목코드·수량 단위를 사용하고, 어떤 시점에 재고를 반영할지 정해야 합니다. MES에서 보낸 ‘밀가루 11kg 사용’이라는 기록이 ERP에서도 같은 생산 건의 같은 재료 사용량으로 한 번만 반영되어야, 담당자들이 그 정보를 믿고 다음 업무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MES에 쌓이는 생산실적은 회사의 여러 부서가 각자의 업무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자료가 됩니다. 현같은 생산실적을 보더라도 영업은 납품을, 구매는 자재 확보를, 연구개발은 제품 개선을 고민합니다. 이렇게 MES에 쌓인 현장의 기록은 회사의 여러 부서가 함께 활용하는 정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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